몸이 가는 길과 마음이 가는 길

우리 인간생활에서 우리 자신을 두고 볼 때, 내 자신은 두 세계에 서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악한 세계와 선한 세계. 내 몸과 마음을 두고 볼 때, 어떤 것이 선한 편에 서 있느냐? 보다 영원한 것, 보다 변치 않는 것입니다. 선이라는 것은 변치 않습니다. 참 이렇게 볼 때, 참이라는 것은 그 본질에 있어서 변치 않고 영원한 것에 가까운 것입니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두고 보면 몸보다도 마음이 변치 않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라는 것은 그 몸을 중심삼고, 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동기라는 것이 깊지 않습니다. 오늘, 자기가 현재 처한 입장에서 모든 걸 생각하게 되지 과거라든가 역사성을 배후로 해 가지고 생각하기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결국은 뭐냐 하면 몸이라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중심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그래도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날과 오늘과 내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몸은 동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좋은 것을 보면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맛있는 것을 보게 되면 먹고 싶어하고, 전부가 오늘 환경에 좋을 수 있는 여건을 언제나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마음은 더 가치적인 것, 더 귀한 것을 찾고자 합니다.

이렇게 볼 때, 내 몸과 마음의 두 사람이, 두 인격이 연결되어 사는데, 마음으로 원하는 길을 가지 않고 몸으로 원하는 길을 가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출발했으면 나는 어디로 갈 것이냐? 마음으로 원하는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원하는 세계, 내가 좋을 수 있는 환경을 전부 다 찾아가려고 합니다. 가정 중심삼고 다섯 식구가 살면 그 식구들 전체가 좋을 수 있는 것은 제쳐두고 나 좋을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4천만 한국 백성이 산다면 4천만 한국 백성을 생각하기보다 나 좋을 수 있는 4천만, 나 좋을 수 있는 40억 인류,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천주,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몸은 현재에서부터 전체를 자기 중심삼고 자기가 좋을 수 있는 길을 찾아가려 합니다. 즉, 자기를 위주해 가지고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모든 것을 부정시키려고 하는 입장에 서는 몸이기 때문에 이 몸을 중심삼은 세계라는 것은 선한 뿌리가 박혀진 것이 아니고 악한 뿌리가 박혀져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어떠냐 이거예요, 마음은? 마음은 언제나 뉘우치는 거예요. 한마디 말을 잘못했으면 벌써 비교한다는 거예요. 사방 환경을 살핀다는 거지요. 그것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 어제와 오늘을 비교한다는 거예요. 또, 높고 낮은 것을 측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중심삼고는 언제나 헤아리고 살피는 입장에 있는 것입니다. 몸과 다르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음을 따라가는 세계는 몸이 가는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한 세계는 어디를 중심삼고 가야 되느냐? 몸을 중심삼고 찾아가는 거기에 선한 세계가 있겠느냐, 마음을 중심삼고 찾아가는 그 세계에 선의 기원으로부터 선의 과정, 선의 결과,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겠느냐? 이렇게 볼 때, 몸을 중심삼고는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 몸을 중심삼고는 오늘 내가 사는 환경보다도 다음날에 사는 내 환경이 더 커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큰 것을 바라고 더 커지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환경의 확대를 바란다는 거예요. 그 확대된 모든 환경을 나를 위하라는 환경으로 집약해 버리는 거예요.

사회가 좋다 할 때, 사회에 내가 무엇을 투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로부터 내가 무엇을 거두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이런 입장입니다. 아무리 큰 세계라도, 아무리 세계적 무대에 서더라도 그 세계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내게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자기를 중심삼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 몸이 가는 길입니다.

그러면 마음의 세계는 어떠냐? 마음의 세계는 다르다는 거지요. 자기가 남보다도 높은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자기를 낮추어야 되고, 희생해야 되고, 전체를 위해야 된다는 개념이 마음세계에는 따라다니는 거예요.

이렇게 볼 때, 악한 것은 어디에 가까우냐? 몸뚱이에 가깝다는 거예요. 외적인 세계를 찾아가는 것은 악에 가깝고 내적인 세계, 마음의 세계를 찾아가는 길은 선에 가깝다, 이렇게 규정을 지을 수 있어요.